유럽 포르투갈어 공인 인증 시험 CAPLE A1 레벨 시험 본 후기
1. 포르투갈어 시험을 치게 된 동기
포르투갈에 온 어느 덧 오랜 시간이 지났다. 포르투갈에 오자마자 시차적응하는 시간 빼고는 바로 일을 했다.한국에서 포르투갈어를 배운 적도 없고 영어만 조금해서 어찌저찌 일하는 수준이었다. 그 영어로 포르투갈에서 버텼다. 부족한 영어로도 생활에는 지장이 없어서 포르투갈어 공부는 뒷전이 되었다. 그런데 포르투갈에서 살수록 포르투갈어의 중요성이 커져만 갔다.
그래서 최근에 포르투갈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 동안 공부를 잘했는지 확인하고자 유럽 포르투갈어 시험 CAPLE 중 A1레벨인 ACESSO 시험에 지원하게 되었다.
2. 포르투갈어 시험 종류
포르투갈어 시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브라질에서 사용하는 포르투갈어 시험, CELPE-Bras, 다른 하나는 유럽 포르투갈어 기준의 공인 인증 시험, CAPLE이다.
포르투갈에 살고 있으니 당연히 CAPLE에 응시했다. CAPLE 시험은 A1부터 C2까지 총 6단계로 구성되어 있고, A1이 가장 쉬운 단계, C2는 가장 높은 단계로 갈수록 난이도가 올라간다.
이번에 본 시험은 가장 초급인 A1 레벨이다. A1은 기본적인 인사나 자기소개, 간단한 일상 표현, 짧은 안내문이나 경고문 읽기 정도의 실력을 요구한다. 아직 포르투갈어가 익숙하지 않은 입문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이다.
3. 포르투갈어 시험 준비 방법 및 준비 기간
본격적으로 포르투갈어 시험을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준비한 기간은 약 두 달 정도다. 그전에도 조금씩 공부를 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포르투갈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포르투갈어 수준이었고, 실력 향상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한 단계였다.
평일엔 일을 해야 해서 어학당 같은 곳에 따로 다닐 수 있는 시간은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건 온라인 수업이었다. 온라인 수업도 가격대에 따라 구성이나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나는 그중에서 가장 저렴한 옵션을 골랐다.
수업 방식은 아주 간단했다. 포르투갈어 선생님 없이, 온라인상에 제공된 학습 도구와 강의 자료만 가지고 혼자서 공부하는 방식.공부하다가 궁금한 게 생기면 여자친구한테 물어보면서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4. 포르투갈어 A1 레벨 시험
시험 신청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진행했다. 응시 과목을 선택하고 결제까지 완료하면, 위와 같은 확인 메일이 도착한다.
시험은 하루 동안 말하기, 쓰기, 읽기, 듣기 네 과목을 모두 본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이어져서 꽤 길게 느껴진다.
준비물은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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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외국인의 경우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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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과 지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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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색 볼펜
시험 신청할 때 입력한 신분증 종류를 그대로 가져가면 된다. 나는 여권을 제출했기 때문에 여권을 챙겼다.
연필과 지우개는 읽기와 듣기 시험에서 객관식 답안지를 작성할 때 사용한다. 쓰기 시험은 서술형이라서 검정색 볼펜으로 작성해야 하고, 말하기 시험은 별도로 준비물이 필요 없다.
5. 포르투갈어 말하기 시험 후기
위 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말하기 시험이 가장 먼저 진행된다. 두 명씩 짝지어 시험장에 들어가는데, 처음엔 파트너와 대화를 나누는 방식일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파트너와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감독관과만 대화를 한다.
시험 시작 시간도 조금 의외였다. 시간이 되기도 전에 감독관이 임의로 두 명씩 짝을 지어 바로 시험을 시작했다. 정해진 시간과 파트너는 의미가 없었고, 감독관 재량에 따라 융통성 있게(?) 진행되었다. 나는 초행길이라 좀 일찍 도착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다.
말하기 시험은 두 부분으로 나뉘는 느낌이었다.
첫 번째는 감독관의 질문에 대답하는 파트. 내용은 매우 기본적인 질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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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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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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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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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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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곳
같은 걸 묻고 대답하는 식이다.
두 번째는 그림을 보고 묘사하는 파트. 아침에 일어나는 장면부터, 일하고 다시 잠드는 장면까지 일상적인 그림이 주어진다. 그걸 보고 포르투갈어로 설명하면 된다. 중간중간 추가 질문도 이어진다. 말하기 시험이 가장 어려울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는 부담 없었다.
말하기 시험이 끝나고 나면 읽기와 쓰기 시험까지 시간이 좀 남는다. 같이 시험 보러 온 다른 응시자 두 명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점심도 함께 먹었다. 금방 친해졌고 이야기꽃이 피었지만, 그건 시험 외적인 이야기라 다음 포스팅에서 풀어보려고 한다
6. 포르투갈어 읽기, 쓰기 시험 후기
점심을 먹고 나서 잠깐 근처 카페에 들러 학습 자료를 훑어본 뒤, 읽기·쓰기 시험장으로 다시 돌아갔다. 시간표에는 3시 30분 시작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감독관이 예정보다 조금 일찍 시작해서 하마터면 늦을 뻔했다. 그래서 시험 보는 날엔 최소 30분 전에는 도착해 있는 걸 추천한다.
시험 시작 전에 주의사항은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읽기 시험에서 **객관식(A, B, C 중 선택)**은 연필로 표시하라고 하고,쓰기 시험의 서술형 답안은 검정색 볼펜으로 작성하라고 알려준다.
읽기와 쓰기 시험은 시간이 따로 나눠져 있지 않아서, 수험자가 스스로 시간을 잘 나눠 써야 한다.
읽기 시험은 여느 시험과 비슷하게, 처음엔 짧고 쉬운 문제부터 시작해서 뒤로 갈수록 지문이 길고 어려워지는 구성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무난하게 풀 수 있는 수준이었다.
쓰기 시험은 총 2문제가 나왔는데, 둘 다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이었다. 각 문제마다 정해진 단어 수 이상을 써야 했는데,평소에 쓰기 연습을 거의 안 한 탓인지 글이 잘 안 써지고 시간이 훅 지나가 버렸다. 분량도 부족하게 끝나버려 아쉬웠다.
만약 다시 준비한다면, 읽기를 최대한 빨리 풀고, 쓰기에 시간을 넉넉하게 남겨두는 전략을 추천하고 싶다.
7. 포르투갈어 듣기 시험 후기
읽기, 쓰기 시험이 끝난 후에는 10분 정도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말하기 시험 때 만났던 아르메니아 수험생과 코트디부아르 수험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곧바로 듣기 시험이 시작되었고, 시작 전에도 역시 주의사항을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듣기 시험은 각 문제를 두 번씩 들려주고, 문제가 끝나면 다음 문제를 미리 읽을 수 있도록 1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래서 토익 같은 시험처럼 정신없이 흘러가진 않는다. 문제 구성은 다른 파트와 마찬가지로, 앞부분은 쉬운 문제들로 시작하고, 뒤로 갈수록 점점 어려워지는 방식이다.
A1 레벨이라서 말하는 속도가 느릴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오히려 실제 원어민이 말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느껴질 정도였다. 결국 뒷부분 문제는 거의 감으로 찍다시피 했고, 듣기가 제일 어렵게 느껴졌던 파트였다.
8. 총평
시험 전체를 돌아보면, 말하기가 제일 쉬웠고, 그 다음이 읽기 → 쓰기 → 듣기 순으로 점점 어려웠다. 시험을 푸는 순서랑 난이도 순서가 거의 일치했던 셈이었다.
읽기는 생각보다 어휘 난이도가 다양해서, 어디까지 단어를 외워야 하나 감이 잘 안 잡히는 느낌이었다. 시험 범위라는 게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단어 공부가 좀 막막한 느낌이었다.
쓰기는 확실히 연습을 많이 하면 커버 가능한 파트였다. 편지 형식도 익숙해지고, 단어 수 맞추는 연습만 잘 해두면 괜찮을 것 같다.
듣기는... 역시 가장 어려웠다. 이건 진짜 많이 듣고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어 보였다. 뒤로 갈수록 속도도 빨라지고, 내용도 어려워져서 감으로 찍은 것도 꽤 있었다.
총점의 55% 이상이면 합격이라고 하니까 느낌상 통과는 할 것 같긴 한데, 점수는 나와봐야 알것 같다.
A1이라고 엄청 쉽진 않았다. 그래도 도전해볼 만한 시험이었고, 결과 나오면 그때 또 후기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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